서울교통공사 이태원역 '무정차 검토' 지시…사업소장이 묵살

입력 2022-12-05 14:01   수정 2022-12-05 14:02


이태원 참사 발생 전 서울교통공사 본부가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이를 현장 총책임자가 무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권수 서울교통공사 동묘영업사업소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이 소장은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저녁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검토하라는 상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동묘영업사업소장은 서울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앞역∼봉화산역 구간을 관리·감독한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당일 이태원역에서 하차한 인원은 오후 5시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5∼6시 8068명, 6∼7시 1만747명, 7∼8시 1만1873명, 8∼9시 1만1666명, 9∼10시 9285명이 이태원역에서 내렸다. 일주일 전 같은 시간대 하차 인원이 시간당 1800~2500명 수준이던 점을 감안하면 평소의 너댓배가 몰린 셈이다.

특수본은 참사 직전 4시간 동안 4만3000명 넘는 인파가 이태원역을 통해 쏟아져 나왔고, 이들 대부분이 사고가 난 골목길과 연결되는 1·2번 출구로 빠져나가면서 일대 밀집도가 급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소장이 지시를 묵살하는 바람에 인파가 몰려 압사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게 특수본의 판단이다.

서울교통공사 영업사업소 및 역 업무 운영 예규는 승객 폭주와 소요사태, 이례상황 발생 등으로 승객 안전이 우려될 경우 역장이 종합관제센터에 상황을 보고하고 무정차 통과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특수본은 이 소장이 무정차 통과를 검토했어야 한다고 본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 소장이 이태원역장에게 무정차 통과 검토를 지시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특수본은 송은영 이태원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참사 당일 근무한 종합관제센터 팀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무정차 통과를 둘러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의 논의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수본은 또 참사 현장에 도착한 시간을 허위로 보고한 최재원 용산구보건소장을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입건했다. 최 소장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 30분께 현장 인근에 도착했다가 보건소로 이동한 뒤 이튿날 0시 9분 현장에 되돌아왔다. 하지만 구청 내부 문서에는 오후 11시 30분께 현장 도착 후 곧바로 구조를 지휘했다고 기재한 혐의를 받는다.

특수본은 최 소장이 스스로 도착시간을 허위로 기재한 정황을 파악하고 참사 전후 그의 동선을 복원하는 한편 공문서를 조작한 경위를 추궁하고 있다.

참사 당일 용산경찰서에서 근무한 112상황팀장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됐다. 참사 전후 112신고 처리와 구호조치를 소홀히 한 혐의다. 이날 이 소장 등 3명이 추가됨에 따라 특수본에 입건된 피의자는 김광호(58) 서울경찰청장을 포함해 모두 21명으로 늘었다.

특수본은 이날 오후 2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간부 4명에 이어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과 박희영(61) 용산구청장 등 소방·구청 현장 책임자의 구속영장을 금명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난안전기본법에 따라 구청과 소방당국에 재난을 대비하고 구호할 우선적 책임이 있었다는 판단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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